[DRA] 루머의 루머의 루머, 13 REASONS WHY | 넷플릭스 미드

사실 루루루 과몰입이라 주책 떨고 싶지만, 일단 비평 먼저 올리고 나중에 ..

 

‘하이틴’이라는 단어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꿈과 희망의 세계를 불러온다. 분홍, 노랑, 보라 따위의 밝은 색 계열 옷들과 색색깔로 갖춰 입은 학교 치어리더들, 캠퍼스에 즐비한 미식축구 선수들과 사랑에 빠지는 상상과 화려한 조명 속 공주님처럼 차려 입은 프롬 파티까지, 하이틴이라는 단어 속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일상이다. 하지만 하이틴은 이러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들만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10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보통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는다. 적나라한 하이틴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드라마가 바로 ‘루머의 루머의 루머(영어 제목 13 reasons wh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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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즌의 드라마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동일 제목의 원작 도서가 존재한다. 이 드라마를 학생 때부터 정말 많이 봤는데, 시청한 후에는 우울감이 밀려옴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찾는다. 드라마의 첫 마디는 ‘안녕, 난 해나 베이커야. 나는 카세트 속에 아직 살아 있어. 생생하게.’ 여서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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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구절에 드러나듯이, 이 드라마는 ‘해나 베이커’라는 여학생의 자살 사건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전개되는 드라마이다. 영어 제목대로, 13가지의 이유를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면서 그녀의 학교생활을 짚어나가는 모습을 띈다. 한국 제목으로는 다소 원작의 의미를 상실한 채로 제목이 바뀌었는데, 간접적으로는 학교에서의 다양한 루머들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추상적으로 잘 표현한 제목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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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방영된 후, 미국 내에서의 청소년 자살률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한다. 또한 각종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심의를 거쳐 일부 장면들을 잘라냈다고 한다. 하이틴이라는 단어와는 매우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지나친 ‘리얼리즘’ 으로 인해서 시청자들이 이러한 부작용을 호소한 것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리얼리즘이 나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드라마에는 크게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사람이 피로함을 느끼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학교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들 중, 주인공은 물리적 폭력이 아닌 정신적 폭력을 겪는다. 이러한 것들이 전 세계 학생들, ‘하이틴’ 학생들의 공감을 그만큼 받을 수 있었던 점에서 현대 사회의 문제가 여실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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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으로 해나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같은 세계관 속 이어지는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 혹은 다른 시점에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리즈물의 경우, 1부 이후로는 항상 여론이 좋지 않은 경향이 있다. 보통 시즌 1에서의 기대감을 뛰어넘기가 힘들기 때문에 더욱 혹평을 받고는 한다. 시즌 2에서는 남겨진 친구들이 해나의 사건에 대해서 재판에 참석하는 모습을, 시즌 3에서는 해나의 가해자가 죽게 되면서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들이, 그리고 마지막 시즌 4에서는 고등학교라는 시간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졸업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담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하이틴 성장 스토리라는 분류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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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자살하면 따라 자살하는 어린 소년 소녀들이 많은데, 우린 그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칭한다. 괴테의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을 읽고 수많은 청년들이 자살했던 데에서 유래한 현상이다. 작품은 이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정신적 피로감을 느낄 수도, 누군가는 이로 인해서 잊고 있던 학창시절의 상처가 생각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넷플릭스 등 OTT에 존재하는 하이틴 영화들처럼 가볍게 시간 죽이기 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혼자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리고 추모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설정이 들어갔는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우울함을 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수많은 사람의 인생 드라마가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