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내 이름을 남을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제목의 의미부터가 의미심장하다. 평범한 소년과 소녀의 로맨스를 다룰 것 같은 영화였다. 색감이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영화의 제목이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도, 영화의 포스터나 장면들을 본다면 ‘아 이 영화~’ 하고 알아차릴 정도로 영상미가 좋기로 유명한 영화이다. 지금은 논란으로 인해서 영화계 활동을 하지 않는 배우이지만, 배우들의 조합 역시 좋아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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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봤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영상미가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하나는 원작인 소설과 이야기의 전개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그리는 소설들은 왜인지 사랑을 굉장히 조심스럽고 미성숙한 감정처럼 표현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굉장히 대담하고, 동시에 말랑말랑해서 그 사랑을 위한 과정을 지켜보는 관찰자 시점에서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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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징물들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인상깊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자연광 조명’을 쬐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가 진행되는데, 이런 색감의 영화인지라 원색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우리가 흔히 ‘여름’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이미지들을 모두 활용했다. 햇빛 쨍한 날 아래에서 타는 자전거, 높이 자란 풀숲들과 수영하기 딱 좋은 계곡물, 아이스크림, 그리고 산책하기 좋은 여름 밤의 꿉꿉하면서도 시원한 풍경까지. 분명 영화는 화면과 소리를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마치 그 현장의 냄새가 느껴지는 듯 한 연출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올리버가 여름에 씻고 걸어 둔 원색의 반바지들이 엘리오의 무채색 세상 속에서 찐하게 느껴지는 듯한 연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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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제목의 의미가 설명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라는 대사를 통해서 둘은 비로소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사랑이라는 것은 들키면 위험하고, 알려지면 안 될 것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드는 소년의 마음과, 소년을 다치게 할까 겁나는 어른의 마음이 느껴진다. 중간에 엘리오가 자두를 쥐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자두와 마음이 엇비슷하게 느껴졌다. 맛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강도로 잡아야 한다. 너무 강하게 잡으면 물러지고, 너무 약하게 잡으면 미끄러진다. 사람의 마음도 그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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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는 수많은 사물들이 클로즈업 된다. 다친 장면에서는 상처가,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둘의 손이, 빨래를 널어둔 장면에서는 빨래들이 클로즈업 된다. 이러한 클로즈업은 무의미한 클로즈업이 아니다. 그 부분이 '강조' 되어야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강조됨으로써 영화의 주제를 강화하고 아름다움을 더해주기 때문에, 우리가 이 영화의 영상미가 좋다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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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화의 배경인 계절이 영화와 많은 연관성을 갖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는 제목이나 줄거리에 직접적으로 여름이라는 것이 들어가진 않지만, 여름이 되게 상징적인 영화다. 따스한 햇빛 아래에서 만난 첫 사랑이, 어린 소년한테 타지에서 온 성인 남자가 스며드는 느낌 오래 햇살 아래 있으면 자연스럽게 피부가 그을리는 과정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 영화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면이, 그리고 주인공들의 다소 부도덕적인 행동마저도 혼란스러움의 일부인 것처럼, 여름의 양면이 그러한 장면을 통해서 묘사가 된다. 엘리오가 올리버와 여행을 마치고, 이별한 후,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듣는 순간에 그는 화로 앞에 앉아 있다. 뜨겁던 사랑을 나누던 시간을 지나서 어느덧 시간적 배경이 겨울이 된다. 둘은 이별이라는 단어 없이 자연스럽게 이별했고 만남이라는 단어 없이 만났는데, 둘의 관계를 완전히 마침표를 찍게 되는 시기는 결국 계절이 바뀌어 화로가 필요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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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영상미와 배경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을 통해서 영화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는 이 영화여야말로, '영화'라는 영상적 매체의 가장 좋은 기능을 하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